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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쨍하고 얼어 떨어질 것 같더라도 이렇게 느리고 고요하고 맑은 북극이라면 기꺼이 가서 살고 싶다. 밤에는 눈이 푸른 형광빛으로 빛나는 곳이라니.  이 그림들은 우연히 보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책으로 나오다니 얼른 집어 왔다. 그림이나 여행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엔 여러 모양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시골 마을의 카센터이자 갤러리였던 아버지의 가게를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꾸며 전세계 예술가들을 받는 아이슬란드 남자, 아이슬란드를 돌아다니며 눈이 녹는 소리 같은 것을 채집하는 호주 여자, 수요일마다 온천수영장에서 수영 모임을 하고 가끔 잘 차려입고는 '웃긴 이야기' 모임에 참석하는 아이슬란드 아주머니, 트롤 이야기를 채집하고 있는 스위스 남자, 지진을 겪고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에 와서 대책을 고민해 보는 일본 여자... 맨날 애나 보고 있어서 다른 생활은 상상할 여력도 없는 요즘의 나에겐 좀 충격이기도 했다.

코가 쨍하고 얼어 떨어질 것 같더라도 이렇게 느리고 고요하고 맑은 북극이라면 기꺼이 가서 살고 싶다. 밤에는 눈이 푸른 형광빛으로 빛나는 곳이라니. 이 그림들은 우연히 보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책으로 나오다니 얼른 집어 왔다. 그림이나 여행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엔 여러 모양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시골 마을의 카센터이자 갤러리였던 아버지의 가게를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꾸며 전세계 예술가들을 받는 아이슬란드 남자, 아이슬란드를 돌아다니며 눈이 녹는 소리 같은 것을 채집하는 호주 여자, 수요일마다 온천수영장에서 수영 모임을 하고 가끔 잘 차려입고는 '웃긴 이야기' 모임에 참석하는 아이슬란드 아주머니, 트롤 이야기를 채집하고 있는 스위스 남자, 지진을 겪고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에 와서 대책을 고민해 보는 일본 여자... 맨날 애나 보고 있어서 다른 생활은 상상할 여력도 없는 요즘의 나에겐 좀 충격이기도 했다.

<심야 식당> 아베야로의 산문집.  "작가가 만난 좋은 안주" 라는 표지 카피를 보고 혹했는데 딱히 술이나 안주에 대한 것은 아니다. 또 작가가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어서 그저 옛날의, 고향의 식재료와 맛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정도이다. 게다가 샛줄멸튀김이나 둑중개 장국, '생선살과 함께 절구에 넣고 치댄 산마 요리'같이 워낙에 낯선 음식들이 소개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 너무나 맛있을 것 같다! (으 먹어 보고 싶어) 특히 먹성 좋은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들은 따뜻하고 뭉클하다. 삶은 올갱이와 수박을 놓고 자식들에게 "어린애라고 해서 봐주지 않아"라고 말하며 경쟁적으로 먹는 아버지라니, 다소 억울하지만 좋을 수밖에! 세상엔 먹을 게 너무나 많다. 한 끼 한 끼 잘 챙겨먹고 잘 챙겨 주어야겠다고 반성함.

<심야 식당> 아베야로의 산문집. "작가가 만난 좋은 안주" 라는 표지 카피를 보고 혹했는데 딱히 술이나 안주에 대한 것은 아니다. 또 작가가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어서 그저 옛날의, 고향의 식재료와 맛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정도이다. 게다가 샛줄멸튀김이나 둑중개 장국, '생선살과 함께 절구에 넣고 치댄 산마 요리'같이 워낙에 낯선 음식들이 소개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 너무나 맛있을 것 같다! (으 먹어 보고 싶어) 특히 먹성 좋은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들은 따뜻하고 뭉클하다. 삶은 올갱이와 수박을 놓고 자식들에게 "어린애라고 해서 봐주지 않아"라고 말하며 경쟁적으로 먹는 아버지라니, 다소 억울하지만 좋을 수밖에! 세상엔 먹을 게 너무나 많다. 한 끼 한 끼 잘 챙겨먹고 잘 챙겨 주어야겠다고 반성함.

제목 그대로 안자이 미즈마루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편안하지만 감각적이다. 하루키는 별로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어떤 이미지 같은 건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미즈마루의 그림 덕인 듯하다. 하이쿠 같은 간결한 그림을 보면 '어라 나도 그릴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결국은 엄청난 재능과 감각 덕분에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들이 나오는 걸 모르지 않으니 볼수록 약이 오른다. 일단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디자인이나 인쇄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는 자신감이나 대충 일하고 잔업은 질색, 밤에는 무조건 놀러 나간다고 말하는 재느와 여유 덕분에 한평생 잘 살다 갔을 것 같은 사람.  "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언어가 태어나게 하는 그림"  "우메보시 한 개 달랑 그린 그림도 전람회에 내놓을 수 있는 재주는 정말로 미즈마루밖에 없을 거야"

제목 그대로 안자이 미즈마루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편안하지만 감각적이다. 하루키는 별로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어떤 이미지 같은 건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미즈마루의 그림 덕인 듯하다. 하이쿠 같은 간결한 그림을 보면 '어라 나도 그릴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결국은 엄청난 재능과 감각 덕분에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들이 나오는 걸 모르지 않으니 볼수록 약이 오른다. 일단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디자인이나 인쇄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는 자신감이나 대충 일하고 잔업은 질색, 밤에는 무조건 놀러 나간다고 말하는 재느와 여유 덕분에 한평생 잘 살다 갔을 것 같은 사람. "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언어가 태어나게 하는 그림" "우메보시 한 개 달랑 그린 그림도 전람회에 내놓을 수 있는 재주는 정말로 미즈마루밖에 없을 거야"

예전에 한창 화제여서 봤을 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아기를 낳고 다시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피와 살이 되는 책이었다. 프랑스 엄마들은 좀 사이보그적인 면이 있지만(미국 엄마들이 우리나라 엄마들과 비슷해서 깜놀함. 그래서 오히려 미국 엄마들에 심적으로 더 동조하게 되지만) 어쨌든. 프랑스식 양육은 엄마에게는 전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아기도 허둥대는 부모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가정과 사회에서 정해진 틀 밖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 하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예전에 한창 화제여서 봤을 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아기를 낳고 다시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피와 살이 되는 책이었다. 프랑스 엄마들은 좀 사이보그적인 면이 있지만(미국 엄마들이 우리나라 엄마들과 비슷해서 깜놀함. 그래서 오히려 미국 엄마들에 심적으로 더 동조하게 되지만) 어쨌든. 프랑스식 양육은 엄마에게는 전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아기도 허둥대는 부모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가정과 사회에서 정해진 틀 밖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 하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박솔뫼 소설을 한번 읽어 봐야지 하다가 순전히 표지 덕분에 고른 책. 이렇게 알 수 없고 뒤죽박죽한 소설이라니 하고 코웃음을 치며 덮어버리지 않은 건 그래도 문득문득 좋다 하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특유의 리듬감이라든지 미셀 공드리의 영화를 보는 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이라든지 한국어를 이렇게 사용하는 용감한 실험정신이라든지. 특히 소설의 시작과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의 의자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다. 어딘가 귀엽고 동시에 애잔하다.   "내가 언제나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그해 여름이 지나갔느냐 하는 것인데 이건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기도 하고 그해 여름은 매해 여름으로 나는 늘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가 하는 것을 집중해서 떠올린다. ...그해 여름에 나는 소설을 시작하려고 늘 마음을 먹고 있었고 그것은 잘 되지 않고 마음을 먹는 것만 계속할 뿐이었는데 그날은 그렇게 소설 하고 쓸 수 있었다."

박솔뫼 소설을 한번 읽어 봐야지 하다가 순전히 표지 덕분에 고른 책. 이렇게 알 수 없고 뒤죽박죽한 소설이라니 하고 코웃음을 치며 덮어버리지 않은 건 그래도 문득문득 좋다 하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특유의 리듬감이라든지 미셀 공드리의 영화를 보는 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이라든지 한국어를 이렇게 사용하는 용감한 실험정신이라든지. 특히 소설의 시작과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의 의자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다. 어딘가 귀엽고 동시에 애잔하다. "내가 언제나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그해 여름이 지나갔느냐 하는 것인데 이건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기도 하고 그해 여름은 매해 여름으로 나는 늘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가 하는 것을 집중해서 떠올린다. ...그해 여름에 나는 소설을 시작하려고 늘 마음을 먹고 있었고 그것은 잘 되지 않고 마음을 먹는 것만 계속할 뿐이었는데 그날은 그렇게 소설 하고 쓸 수 있었다."

모범생 엄마가 모범적으로 모범생 아이들을 키워 낸 이야기.  책에서 창의력과 경험이 중요하네 남과 다른 용기가 필요하네 어쩌네 해도 작가의 두 아들은 과고와 영재학교를 거쳐 명문대에 들어갔다나. 아들이 근면성실한 중장비 기사가 되었다거나 하는 스토리였으면 글들이 더 와닿았을 텐데. 교과서같이 좋은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워 내는 육아가 성공한 육아라는 현실.  나는 엄마가 달라붙어서 책에 밑줄을 그어라 말아라, 텔레비전을 봐라 마라 한 적이 없어서(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늘 낮잠자고 텔레비전 보고 동생이랑 싸우고 하는 모습을 어떻게 잔소리 한마디 없이 두고보셨을까) 그런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니 오글오글하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될지 알게 해 준 책.

모범생 엄마가 모범적으로 모범생 아이들을 키워 낸 이야기. 책에서 창의력과 경험이 중요하네 남과 다른 용기가 필요하네 어쩌네 해도 작가의 두 아들은 과고와 영재학교를 거쳐 명문대에 들어갔다나. 아들이 근면성실한 중장비 기사가 되었다거나 하는 스토리였으면 글들이 더 와닿았을 텐데. 교과서같이 좋은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워 내는 육아가 성공한 육아라는 현실. 나는 엄마가 달라붙어서 책에 밑줄을 그어라 말아라, 텔레비전을 봐라 마라 한 적이 없어서(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늘 낮잠자고 텔레비전 보고 동생이랑 싸우고 하는 모습을 어떻게 잔소리 한마디 없이 두고보셨을까) 그런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니 오글오글하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될지 알게 해 준 책.

여성학자에, 결혼 45년차 아내에, 아이를 셋 모두 서울대에 보낸 어머니인 작가가 결혼에 대해 쓴 책이라 해서 은근히 기대하고 보았다. 게다가 최근 팟캐스트 강연도 재미있게 들었던 터라 더욱 서둘러 읽었는데... 웬걸. 의외로 시시한 얘기들만 있어서 김샜다. 결혼 제도, 교육관, 여성주의 등에 대해 지혜로우면서도 날카로운, 일반적인 관념에 한방 날리는 주장들을 펼쳐 놓을 줄 알았는데 '행복이 가득한 집'이나 '여성시대 베스트 사연집' 같은 좋은 말들만 가득해서 그저 이런 분이 시어머니면 완전 좋겠다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림은 너무나 귀엽다)

여성학자에, 결혼 45년차 아내에, 아이를 셋 모두 서울대에 보낸 어머니인 작가가 결혼에 대해 쓴 책이라 해서 은근히 기대하고 보았다. 게다가 최근 팟캐스트 강연도 재미있게 들었던 터라 더욱 서둘러 읽었는데... 웬걸. 의외로 시시한 얘기들만 있어서 김샜다. 결혼 제도, 교육관, 여성주의 등에 대해 지혜로우면서도 날카로운, 일반적인 관념에 한방 날리는 주장들을 펼쳐 놓을 줄 알았는데 '행복이 가득한 집'이나 '여성시대 베스트 사연집' 같은 좋은 말들만 가득해서 그저 이런 분이 시어머니면 완전 좋겠다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림은 너무나 귀엽다)

어디선가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 아기 언어 발달에 결정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혼자 있을 때도 아기가 알아듣든 말든 무조건 말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서 만두를 안고 기억도 안 나는 옛이야기를 해 주려고 머리를 쥐어짜거나 냉장고가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하려고 하기도 했다.  근데..만두처럼 어린 애들에게 긴 문장의 말은 그냥 뚜뚜 하는 잡음이라고 한다. (나 뭐 한 거냐;) 지금은 아기가 보내는 바디 사인을 잘 알아듣고 간단한 단어와 감정을 나타내는 말로 상황을 표현하는 걸로 충분하다.  아기의 성장 단계에 맞게 말을 걸어 주는 법이 안내되어 있어서 아주 유익하다. 게다가 언어발달의 평가는 언어표현력이 아니라 언어이해력이라고 하니 단순히 말이 늦게 트인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만두가 커 가는 동안 내내 따뜻하고 다정하게 말걸어 주고 또 정성껏 만두의 말을 들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덧. 이 책의 백미는 에필로그이다.)

어디선가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 아기 언어 발달에 결정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혼자 있을 때도 아기가 알아듣든 말든 무조건 말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서 만두를 안고 기억도 안 나는 옛이야기를 해 주려고 머리를 쥐어짜거나 냉장고가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하려고 하기도 했다. 근데..만두처럼 어린 애들에게 긴 문장의 말은 그냥 뚜뚜 하는 잡음이라고 한다. (나 뭐 한 거냐;) 지금은 아기가 보내는 바디 사인을 잘 알아듣고 간단한 단어와 감정을 나타내는 말로 상황을 표현하는 걸로 충분하다. 아기의 성장 단계에 맞게 말을 걸어 주는 법이 안내되어 있어서 아주 유익하다. 게다가 언어발달의 평가는 언어표현력이 아니라 언어이해력이라고 하니 단순히 말이 늦게 트인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만두가 커 가는 동안 내내 따뜻하고 다정하게 말걸어 주고 또 정성껏 만두의 말을 들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덧. 이 책의 백미는 에필로그이다.)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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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모든 성별이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남자든 여자든 비혼이든 기혼이든 아이든 노인이든)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잘 두었다가 지호 중학교 가기 전에 물려줘야지. 그때 지호는 여기 있는 내용들이 진부하다고 여겨 주면 좋겠다.   어려운 문제도 다정하고 유쾌하게 말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 건 즐겁다.

"페미니스트: 모든 성별이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남자든 여자든 비혼이든 기혼이든 아이든 노인이든)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잘 두었다가 지호 중학교 가기 전에 물려줘야지. 그때 지호는 여기 있는 내용들이 진부하다고 여겨 주면 좋겠다. 어려운 문제도 다정하고 유쾌하게 말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 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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